내 사랑을 희생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녀석의 낭만은 그런 이기였다.
그는 내게 곧잘 그렇게 말하곤 했다. 넌 꽃같이 예뻐. 지지부진한 비유였다. 난 그가 그렇게 예찬하는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그렇게 말할 때면 온 마음을 다해 온 몸으로 질색하곤 했다. 그런 낯간지러운 말이 살갗에 닿으면 꼭 알레르기마냥 두드러기가 오르는 것 같아 손톱을 세워 목을 벅벅 긁었다. 그리고 그는 내 몸에 꽃기린이 피어오른 것 같다며 또 예쁘다고 웃었다. 병신새끼. 그 말이 뭐가 예쁘다고 나는 가려운 목덜미도 긁지 못한 채 끙끙 앓으며 손톱 거스러미만 뜯었다.
그 새끼는 꽃을 좋아했다. 정말 지랄 맞을 만큼 좋아했다. 녀석은 봉오리가 터지는 순간의 찬란함을 사랑했는데 나는 그 찰나 같음이 지랄 맞게 싫었다.
그는 꽃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을 좋아했다. 그가 하루 종일 꽃무더기에서 뒹굴다 온 날이면 녀석의 몸에선 내가 알지 못할 온갖 종류의 꽃향기가 진하게 피어올랐다. 그런 그를 품에 안으면 머리가 핑 돌았다. 곧장 질식해서 죽어버릴 것 같았다. 안개꽃 속에 숨도 쉬지 못하게 처박히는 느낌이 들어 괴로웠다. 수번이고 말했다. 싫다, 이런 거. 그럼에도 그는 나와 꽃 중에 어느 것 하나 버릴 생각이 없어보였고, 나는 그런 녀석이 뭐가 좋다고 놓지 못하고 얼굴을 부비다 종래엔 까무룩 정신을 잃곤 했다.